오늘 새벽... 컴퓨터를 잡고 있다가,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이 한다고 나오길래, 몰래 거실로 나가 축구를 보게 되었다.
완전 레드카드 감이다. 늦은 시간에 텔레비젼을 보다니... 그러고...

11시 30분 쯤 와이프가 배가 출출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 결연하게.. '뭐 있어?' 라고 물어보고, '내일 먹을께' 라고 다짐을 했었는데... 축구를 보다보니, 내가 뛰는 것도 아닌데, 더욱 출출한 배를 보게되고(실상 느낀 것이지만..).

'먹고 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엉덩이에 스프링이 달린 것처럼, 벌떡 일어나서 식탁의 빵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2개만...먹었다. 그러나, 좀 아쉬웠다. 다른 빵으로 3개를 먹었다.
먹고 나니, 밀려드는 후회는 '아... 좀 참을 껄'였다. 이게 살을 빼겠다고 맘먹은 사람의 행동인 것인지....
축구에서 곽태휘가 받은 레드카드를 대신 내가 받았어야 했고, 곽태휘는 그라운드에 남아있어야 했다.

경기는 잘 나가다가, 곽태희의 실수-다시 보여주는데, 이건 상투적인 몸싸움이였던 것 같았는데-로 약간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결과적으로 2대 1로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오만 심판이 군대스리가를 좀 겪어봤다면....' 하는 생각과 '저기는 중동이니까.'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마구 교차를 했다.

군대스리가...많은 이들이 포스팅 주제로 사용하고 있지만, 달리기는 군대스리가에 참여한 적도, 참여할 의사도 없었다.
이상하게 우리 부대는 술도, 담배도, 축구마저도 고참들이 자기들이 먼저 하겠다고,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막아버렸다.
참 착한 고참들이었다.ㅋㅋ 물론 공급되는 양이 한정되어서 그랬겠지만...ㅎㅎ
그리고, 달리기는 체육시간이 되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만큼 움직이기 싫었다. 근무도 가운데 껴있고...

오늘 활약한 A팀의 구자철 선수와 같은 이름을 가진 군대 고참이 있었다. 그는 행정병이었다. 나는 의무병. 우리 내무반은 짬뽕내무반이었다. 의무, 행정, 취사, 보일러, PX, 군종, 6개 분야가 사이좋게 나눠쓰고 있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별 생각없이 살았던 생활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피할까, 놀 수 있을까? 숨을까... 뭐 결론은 어디론가 작업으로 팔려갔지만,

축구를 보면서, 오래간만에 군대생활을 떠올리게 한 구자철 선수가 펄펄 나는 모습을 보니, 축구를 별로 안 보는 달리기도, 우리 대표팀도 물갈이가 많이 되구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는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니... 그래 많이 잡아도 1명만 모르면 10명은 손으로 꼽을 수 있다... 발가락까지 하면, 가능할 지도.... ㅋ

축구를 보는 내내, 패스와 슛팅 능력이 많이 늘어난 것에 깜짝 놀랐다. 우와... 우리나라가 이렇게 슛팅을 쏘다니.
비록 골대를 살짝 살짝 빗나가기는 했어도, 달리기가 보기에는 대단했다. 다른 사람은 어땠는지 몰라도.

아.. 마지막으로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선수들의 얼굴 표정이었다.
정말 즐기면서 하는 듯한 얼굴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자주 잡히던 차두리, 기성용, 박지성(은 아쉬운 얼굴이 더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얼굴은 정말 축구를 즐기면서 하는 것 같았다. 해맑게 웃던 차두리가 귀여웠다. ㅋㅋ

이제 새벽에는 왠만하면 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와이프한테 레드카드 받기 전에... 결승전에 올라간다면??? 모르겠다. ㅎㅎㅎ
Posted by 열심히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