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번씩 가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고서, 한 1-2주일 전에 일어났던 일이 기억이 났다.
그냥 그런가보다라고 넘어갔었는데, 이런 것도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음에 놀랐다.

시간은 대략 6시 30분 정도 되었다. 그 때는 그 정도 시간이면 밖은 어둠침침했었다.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달리기는 앉아 있었다. 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니,

학생은 뻘쭘하게 서있더니, '500원 좀 주세요'

'왜요?' 라고 물어보니, '차비 좀 하려구요.'라고 대답한다.

이런 일이 많았기에, 안 주려고 했는데, 이건 학생이란 영 신경이 쓰이는 것이 500원이 그리 큰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줘버렸다. 그런데, 순간 머리 속에서, 저거 수법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곧바로 문 밖으로 나갔다. 나간 순간... 눈이 마주쳤다. 의심이 가득찬 눈이 학생도 맴돌았나 보다. 자꾸 주춤주춤 거린다.

'안 되겠다.' 는 생각이 들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 들어가서 똑같은 짓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역시~ 딱 걸렸어.

붙들고, 혼을 냈다. 역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켰다고 하겠다. 저런 학생한테도 당했나라는.....
학생은 끝까지 차비로 쓰려고 운을 뗐다. 정말일까?? 아닐까??
학생은 PC방에서 차비까지 다 소진했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하고, 난 줬던 500원을 도로 달라고 했다. 정말 기분이 나뻤기 때문이다. 학생이 주머니에서 500원을 내줬다.

대신에 나는 1000원을 줬다. 차비하라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학생에게 친절하게(과연 친절한 억양이 나왔을지 생각이 들지만...) 충고를 해줬다.

돌아오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과연 저 학생은 어쩌다가 저랬는가? 아니면 수법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찜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나는 정말 노숙자 스타일은 절대로(!) 주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갑자가 내 안에 숨어있는 뭔가가 나오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심법(心法)을 익혀야 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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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열심히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