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라디오를 켜고, 앉아있다가 출근 준비를 하고 나왔다.
이현우 씨가 라디오에서 "겨울 날씨는 이 정도는 돼죠야, 겨울이라고 할 수 있죠."라고 이야기했다. 한파주의보라는데...
집에서 들을 때는 되게 당황스러웠는데, 밖에 나와보니, 알싸한 바람이 '아! 겨울이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왜, 이현우 씨가 라디오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가 됐다.

코가 애리는 이 바람에서 달리기는 갑자기 유년시절, 겨울철에 엄마 손을 잡고 동생과 스케이트 장에 가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 때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한파주의보라고 온갖 매체에서 주의하라고 당부를 하네요.
냄새, 향기가 주는 옛 기억의 회상은 아침 출근길에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꼬마가 커서, 언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는지...

붙잡고 있는 책 중에 '흑산'에서 냄새를 통해서 고문 중에서도 고향을 느끼는 사람이 나오는데, 완전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냄새라는 것이 이렇게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또 한 번 느꼈지요.
저번에 '프루스트 효과' 라고 언급한 글을 다시 한 번 찾아봤습니다.
이전글:
http://anotherthinking.tistory.com/150

이미 예전부터 이런 효과, 현상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새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느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제 눈이 많이 왔지요. 그 눈이 녹았다가 빙판을 만들었네요. 평소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달리기는 오늘은 걸어서 출근하기로 하고, 나왔습니다.
큰 길은 제법 치워져 있었지만, 빙판길, 골목길은 아예 눈과 같이 섞여있는 진탕길이었습니다.

아침이라 학원차량임을 알리는 노란차들도 많이 다녔는데....
뜨아~ 어머니의 열정이라고 할까 애들을 차에 태워서 보내고, 차에서 떨어지는 엄마의 발을 보니, 덧신에 슬리퍼.... 춥지도 않나...라는 생각이 일차적으로 들었고, 이차적으로는 거. 참 위험하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구두를 신고 걸어도 땅을 보면서, 조심조심 걷는 판국에 슬리퍼라니... 미끄러져서 다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냥 미끄러져서 자기만 다치면 되는데, 옆에 사람까지 미끌한다면...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미끄러지는 사람과 미끄러지는 자동차와의 키스상황도 또한 그려져서, 그 엄마의 위험뿐만 아니라, 걸어오는 내내 조심조심 걸었지요.

아침에 걸어오면서, 차를 운전할 때와 자전거를 운전할 때와는 다른 세상을 보았고, 나름 생각도 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침에 느낀 점이 많아 이렇게 남겨봅니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를 정비소에 맡기다.  (0) 2012.05.15
2012년 5월 13일 일요일  (0) 2012.05.15
누가, 왜, 나의 무전기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6) 2012.01.13
앗... 하는 사이에...  (4) 2011.12.28
노트북과의 전쟁/방문객 75000명  (0) 2011.12.14
Posted by 열심히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