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3일 일요일.
새벽 미사를 드리고, 대전으로 출발했다. 대전은 처가가 있기에 그래도 자주 가는 편이다. 대전에 갈 때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과 다같이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 같기에 참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는 상황이 아주 달랐다. 개인 출발이라는 기회는 별로 없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현충시설이 8군데 있다는 기사를 보고서는 한 번 쯤은 들려서 보고 느껴보고 싶었다(이전 글:
2012/06/07 - [하고 싶은 것/가고 싶은 곳] - 국립묘지 순례하기?)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접한 기사가 맨 먼저 동작동에 있는 서울 현충원으로 이끌었다(이전 글: 2013/05/03 - [하고 싶은 것/가고 싶은 곳] - 국립현충원 방문-2013년 4월 28일 일요일).

그 이후, 고양시에 있는 필리핀 참전비(이전 글:
2014/02/08 - [하고 싶은 것/가고 싶은 곳] - 필리핀 참전비)와 지평리에 있는 프랑스군 참전비(이전 글: 2014/01/23 - [하고 싶은 것/가고 싶은 곳] - 지평리 지구전투 전적비)를 찾아갔었다.

그 이후에는 터키참전비를 찾아 고속도로를 달려갔으나, 아뿔사... 마지막에 길을 잘못 선택해서 반대편으로 지나가는 참전비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참전비를 고속도로 한 가운데 세워놓으면 어떻하라고... 일부러 찾아가도 가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전 현충원을 찾았다.

 

 


이곳 대전 현충원은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97년 B지역으로 파견 당시 본부출신의 병장인 나와 그래도 자주 대화를 나누던 말년 병장이 누워있기 때문이었다. 훈련간 사고로 세상을 달리한 한 병장은 국립묘지에 묻혔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군생활 당시는 8월이면 전역하는 나도 말년으로 가고 있었고, B지역에서 홀로 노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홀로 여기저기 짱박히랴, 환자 발생시 찾아가서 조치해주고 다시 숨어버리는 일이 나를 바쁘게 했었다. 그랬다. 난 B지역에 홀로 있었던 본부출신이었다. 기억이 잘 안 난다. 파견 생활이... 하지만 어렴풋이 기억에 나는 것은 연병장에서 주특기 받는 포반을 단독군장하고 따라 나가서 옆에서 얘기하던 한 병장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말년은 전역하면 하고 싶은 것들은 말하곤 했는데, 그러면 나도 뭐라뭐라 하고, 소속이 틀리고 계급도 같아서 그냥 노닥노닥 였던 것 같다.

사진을 보니까, 날짜를 알겠지만, 우리는 훈련을 나갔었다.
밤을 텐트에서 지내고 나와보니, 밖은 너무나 밝았다. 이거 불침번은 어디간거야? 찾아봤는데, 주변이 너무 조용하다.
부대 복귀란다. 무슨 일이지?
부대 복귀 후,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 때는 할 말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러고 나도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말년이 곧 되었다.
그리고 학교 복학,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위 기사를 봤을 때, 문득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참 느낌이 이상했다. 기억 저편에서 있더 한 병장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국립현충원 웹사이트에서 어렴풋한 기억으로 찾았고,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것을 확인했다.

언젠가는 가봐야지.

그걸 어제 아침 고속도로를 따고 내려가서 이뤘다. 역시 매점에서 조화를 하나 사서 꽃병에 꽂아줬다.
묘역을 찾아가는데, 아... 왜 이리 많은 사람들이 누워있던지.. 놀랐다. 시기가 최근이라 더 놀랐다.

마침 천안함 사건 4주년을 맞이해서 현충문 앞에 연단를 만드는 장면도 보았다. 만들어지는 규모를 보니, 꽤 큰 행사가 될 것 같았다.
천안함 묘역에 가봤다. 다른 묘역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묘역은 같이 은색 철책으로 따로 구분해 놓았다.
따로 할 건 없고, 묵념만 하고 돌아왔다. 연평도 포격 당시 전사한 해병 묘역도 있었으나, 너무 시간이 지체가 되어서 거기는 가지 못 했다.

현충원을 나와 처가를 가니, 생각보다 멀지 않다.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낸다면 충분히 시간을 두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저녁에 올라오는 길에, 안성 근처인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참전비의 위치를 표시하는 안내판을 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었다. 접근하기 편하라고 고속도로 옆에다가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한 군데 위치를 더 알았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찾아가 봐야겠다.

내 가족이 아닌 이로써 맞이한 죽음이, 기억에 남는 몇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근데 시간은 잘도 흘러 나도 이제 40이다. 참 시간 빠르다.
Posted by 열심히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