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음. ㅋ

음식이 쫀 것도 아니고.... 정신이 날라가서 순간 쫄아(!)버리다니...
어제는 정말로 정신이 어디로 날라갔었는지, 아니면 이제는 우선 순위가 애들이 되어버린 것인지.... 갑자기 순간적으로 훅 쫄았다가 풀렸다.
근데, 이제 정말 나이 먹었다고 순간적으로 포기할 것은 포기해버린다. 나도 놀랐다. 뭐 그리 큰 것은 아니니까.

어제 6월 1일은 결혼식이 2개가 12시, 2시에 있었다. 하나는 정동프란시스코 교육회관 성당에서, 하나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애둘을 데리고 움직이면 제 시간에 참석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에, 12시 정동은 홀로 출발하고, 2시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새벽미사를 드리고,

자... 건대역에서 시청역까지 이동시간이 꽤 되니, 책을 들고 가야겠구나.. 양복에 책 한 권 때문에 백팩을 메기는 그렇고, 조그만 손가방을 하나 들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건대역까지, 그리고 시청역까지. 시간은 몇 분 걸렸는지 모른다. 책은 폈는데, 몇 페이지 못 읽었다. 그리고 가방에 고이 넣어서 시립미술관을 가로질러, 덕수궁 돌담길을 만나, 정동 프란시스코 교육회관까지 걸어갔다.

정동 프란스시코 교육회관은 혼배교리 교육을 받았던 곳이기에 익숙한 곳이고, 최근에 한길사 차이니즈 나이트에 늦게나마 가서 많은 분들을 만났던 장소였다.

혼배미사를 드리고, 후배결혼식 사진에 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무색하게, 그만 사진을 찍고 이동하게 되었다. ㅎㅎㅎ

검색해둔대로, 471번을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선배 누나, 딸과 움직였다. 결국은 470번을 탔지만, 중앙차로 이용으로 빠르게 이동해서, 지하철 환승. 2시 결혼식에 늦지 않게 도착을 했다. 2시 결혼식은 아쉽게도, 너무나 배가 고픈 나머지, 식당으로 직진했다. 여기서 저녁에 생길 순간적인 쫄음의 원인이 발생한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번거럽게 왔다갔다해야 하고, 애 둘은 엄마와 번갈아 봐야하고, 나올 때는 애를 하나씩 맡아서 나왔다.
차를 몰고, 부모님 댁에 차를 놓고,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오전에 들렸다가 결혼식에 가겠다고 이야기 했는데, 오후에 헌혈을 하고 부모님 댁에 가자고 하여 그렇게 스케쥴을 잡았다. 시간이 걸려서, 많이 기다릴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우리 딸은 피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빠가 한다고 하니까 호기심에 문진실에도 따라오고, 헌혈실에도 따라들어온다.
간호사는 애가 놀랄까봐, 애를 밖에 내보내는게 어떻겠냐고 하는데, 딸이 거부! ㅎㅎ
바늘이 팔에 꽂히고, 튜브를 따라서 빨간 피가 기계로 들어간다. 딸은 무념무상. 피는 왜 빨게 아빠? 물어본다. 너... 책에서 읽었쟎아... 적혈구. ㅎ

애는 재미있는지 연신 기계를 봤다가 나를 봤다가.. 지겨웠는지 엄마한테 갔다가 왔다가...
셈을 잘못한 건지, 스마트헌혈 앱에서 본 헌혈횟수가... 맞지 않는다. 이건 뭘까.... 혈소판 30번을 총 145번에 맞추려고 했는데... 하고 보니, 혈소판혈장은 혈소판과는 셈을 다르게 하나보다. ㅎㅎㅎㅎ 뭐...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거라고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아서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질문을 했다. 혈소판이랑 혈소판혈장이랑 뭐가 다르냐고. 그냥 말 그대로 혈소판은 혈소판만 빼고, 나머지는 돌려주는 것이고, 혈소판혈장은 혈소판과 혈장을 빼고 돌려주는 거라고. 그래서 기념품도 2개.. ㅋ. 결혼하고 나서는 시간적은 제약으로 전혈을 주로 많이 했는데, 어제는 숫자 맞추기 놀이에 연연하면서 혈소판을 하려고 하다가... 혈소판 혈장을 해버렸다. 전에도 한 번을 하기는 했었다. 다시 보니까. 힝...
이제는 이런 숫자맞추기 놀이를 하지 않을 것이다. 우연히 맞으면 모를까.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먹고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자기 내가 들고 나갔던 책이 생각이 났다. 뭐지? 내가 들고 왔나? 갑자기 놀랐다. 뭐지 이 느낌은 내가 뭐를 어디에다가 놓고 오는 경우는 드문데...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애들만 기억이 날 뿐.... ㅎㅎㅎ
이것이 애엄마들이 건망증이 늘어나는 요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애를 중심으로 보다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만 손가방 하나와 책 한 권. 잃어버린 것일까? 이미 버스는 지나갔고,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팠고, 그냥 포기하면 맘이 편했다. 애들을 무사히 데리고 온 것에 더 큰 비중을 두면서, 그러면서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라는 미련이 따라다녔다.
내일 콘벤션에 전화를 해볼까? 같이 갔던 선배 누나가 같이 있었으니까, 두고 왔으면 봤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일 먼저 확인해봐야 하는 것은 내가 챙겨서 차에다가 두고 내린 경우가 제일 먼저일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올 시간.. 차문을 열고 확인해봤다. 아직 죽지 않았나보다. 책을 담아둔 가방은 차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차분하게 생각을 해보면, 순간적인 판단과 포기의 미학. 그 전에 더 중요한 것은 자리를 떠날 때 자기 물건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애들이 옆에서 삐약거리면 있던 정신도 나갈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일요일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월요일은 내 순번인 새벽미사 해설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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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열심히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