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95년도에는 단체로 와서 또는 어린 나이에 봐서 그런지 '크다'라는 느낌만 받았는데, 06년에는 홀로 또는 소규모로 가서 시간 제약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그런지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성당 안에는 정말로 많은 장식과 기도실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다시 머리 속에서 꺼내려면, 가이드북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네요.

여행객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성당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물론, 바티칸에 들어갈 때는 기본적인 복장을  해야지 입장이 가능합니다.
아무리 관광지라고 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되는 곳이므로.

성 베드로 성당 통로


보통 때는 저렇게 목책으로 통로에 못 들어가게 해놨습니다.
아마도 교황님께서 이 통로를 걸어가시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기도실 같은 곳을 발견했습니다.
머리를 쭉 빼서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기도실 앞에 서있던 사람이 차렷자세를 하더니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건 뭐야'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나도 차렷을 하더니 거수경례를 하는 건 또 뭐야??

이런 어색한 동작이 이어진 뒤에 그 사람이 베시시 웃더니, 영어로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본 듯....
아마도 이 사람은 대한민국 남자들이 군대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들었던지? 아니면 누군가 그 사람에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가르켜 줬던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일단 놀란 상황을 정리하고, 그 사람의 복장을 살펴봤다. 이미 그리스에서 한 번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일단 경계를 하는 것이 안전하겠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항상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여행책에 나와있는 이야기를 읽고서, 당하는 사람도 있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서 당했다.ㅡ.ㅡ) 자세히 보니, 검정색 계통의 정장을 입었던 것 같다. 마치 지키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복장과 자세같은 모양새.
그렇군. 여기 경비원 중의 하나겠군. 그제서 조금 경계를 풀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어설프게 나누고, 웃으면서 기도실 안으로 들어섰다. 중국인들도 역시 관광을 와있었는데. 그들의 목소리는 어찌나 크던지, 뭐라고 하고는 싶었지만 중국어가 안되는 나로서는 그냥 참는 수 밖에. 그러나 역시 월급의 힘은 무서웠나보다. 그 경비원이 와서 중국인에게 조용히 뭐라고 하니까, 중국인들도 조용히 했다. 오.. 뭔가 있군. 속으로 생각이 들었다.

성당을 나와서, 잠깐 생각을 해보니, 참 상황이 우스웠다.
전에도 이런 상황이 한 번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원 다닐 때는 운전을 하지 못 했기 때문에 교수님과 어딜 다닐 때면, 둘이 움직여야 하는 경우에는. 교수님이 운전하고, 조수석에 앉아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철원에 샘플링하러 가는 날이었을 것이다. 가는 길마다, 부대가 그냥 있다. '정말 많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느 부대 정문에 서있던 위병이 경례를 한다. 앗... 나의 손은 이미 올라가고 말았다. 아.. 설마 교수님은 보신 것 아니겠지.. 정말 무안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을 멀리 타국에서도 또 경험하다니, 스스로 웃기는 일이었다.
사람 경험이라는 것이 무의식 중에 발동되는가 보다. ㅎㅎㅎ

바티칸 용병, 미켈란젤로가 디자인 했다는 옷을 입고 있다.



어저께 뉴스를 보면서 생각난 예전의 바티칸에서의 일이었다.

저돌적인(?) 육탄공격을 경호원이 일단은 막아섰으나, 결국은 밀려서, 교황까지 도착, 같이 물귀신이 된 그 여성.. 경호실은 좀 더 강력한 방어막을 펼치기 위해서, 경호원들을 단련시켜야 겠다. 하긴 엄청난 질량이, 짧은 시간에 엄청난 힘으로 밀고 들어오면 막는 입장에서는 힘들겠지만서도....
Posted by 열심히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