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보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사실 블로그를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블로그에는 글이 안 올라왔지요? 대신에 페이스북에 짧은 생각들은 마구 올렸습니다.

아마 댓글 하나가 신경이 쓰여서 그럴 수도 있겠는데요. 내 블로그인데.. 신문쪼가리 읽고 글을 쓴다는 말이 참 신경 쓰이더군요. 하지만 내 전공도 아닌 걸 전문책 읽고 쓰리? 라고 생각했지만, 한 단면만 보고 생각을 쓴 거라, 그냥 그런가 했지만, 아직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을 보니, 글 한 줄의 힘이 세긴 합니다.

하여간 그 사이에 몇 권에 책을 읽기는 했지만, 읽는 것도 느리지만, 생각해서 풀어내는 것도 만만치 않기에 그냥저냥 지나습니다. 근데, 이 책은 느낀 바를 써야 할 것 같네요.


3년 전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페이스북을 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블로그 포스팅이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뭘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이 힘들게 됐다는 이야기이죠. 페이스북에 쓰는 것도 뭐 아무 생각없이 쓰는 것은 아니지만, 블로그 보다는 생각하는 깊이가 다르다고 할까요? 하지만 사회관계망이라는 이름답게 얕지만은 많은 관심사를 접하게 되었고, 의외의 인연을 맺게도 되었습니다. 그 중에 한 분인 저자를 만났고,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몇 번 같이 박물관 방문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책이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했었습니다.


책은 문고판으로 한 손에 잡기 좋고 외투주머니에도 쏙 들어갈 크기입니다. 예전 과학전파사에서 나온 블루백스 시리즈를 군복 건빵주머니에 넣고서 읽던 생각도 났고요(그 책은 책등이 까맣게 변할 정도로 읽어서 사랑하는 책목록 1호쯤 됩니다 ㅎㅎ). 그만큼 가지고 다니기 편한 크기입니다.


박물관 보는 법은 박물관 또는 미술관이 형성되는 과정과 설립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설명을 해줬는데, 꽤 흥미진지하게 진행됩니다. 마치 대면해서 설명을 듣는 것처럼.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이왕가 박물관으로부터 시작해서, 일제강점기 때의 조선총독부 박물관, 그리고 해방 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어지는 큰 이야기와 대학 박물관 그리고 사립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책에서 여러 가지를 새로 알았지만, 유물카드에 ‘덕수’, ‘본관’이라고 쓰여있는 것은 보지 못 했었는데,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 단어들이 나타내는 것이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면 되겠습니다.


이왕가 박물관, 조선총독부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이야기로 국립 박물관 이야기가 마무리 되면, 대학 박물관이 이야기를 이어받습니다. 박물관이 주는 근대적인 이미지가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박물관을 설립하고 홍보에 이용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고요. 거기에 당시 문교부에서 법적으로 종합대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것도.... 대학 다닐 때는 박물관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대학 박물관은 근처도 안 갔었는데.. 그런 의미가 있었나봅니다. 오히려 졸업할 때가 되니, 국립춘천박물관 완공이 가까웠었는데, 기억에 졸업하기 전에 들렸었는지는 모르겠네요. 결혼하고 나서, 이성계 발원사리함 특별전시회 때 간 건 확실한데요. ^^

대학 박물관을 지나 사립미술관으로 가면, 우리나라에서 내노라는 박물관 또는 미술관 이야기가 나옵니다.


간송, 호암, 플라토, 리움, 호림, 서울, 아라리오.

이름만 들어도 대충 알만한 곳입니다. 이중에서 4군데는 최소 한 번은 가보고, 나머지는 아직까지는 기회를 갖지 못 했습니다. 물론 신문에서 특별전, 기획전 소식은 접하기는 했지만요.


간송 미술관의 이야기는 책으로도 나와있을 만큼 스토리가 있습니다. 간송과 맞물려서는 일제시대 때 문화재 밀반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수집가에 대한 분류와 평가도 나오게 됩니다. 만석꾼, 세도가 집안/기업가, 전문인으로 나뉜 수집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국립중앙박물관 2층 기증관에 가면 새롭게 다가올 것 같네요.


미술관 또는 박물관의 전시방법과 조건에서, 특히 사립 미술관인 경우는 경쟁관계라고 할 수 있는 다른 문화와 비교 우위를 접하기 위해서 신경써야 할 부분을 말했는데, 그 중에 한 가지 충분한 즐길거리를 준비해야 한다였는데,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중앙청 시절 박물관을 지하철 타고 가서 입장료를 몇 백원 내고 들어가 구경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래도 박물관을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느낀 점이 생겼습니다. 보물만 보는 것이 아닌 보물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설명판에 있는 것 외에 더 자세한 것을 보자는 것이겠지요.


박물관 혹은 기획전을 본 후, 항상 마지막에는 그 전시에 관한 도록 및 기념품들을 전시 판매하는데, 이것 역시 전시감상의 여운을 오래 동안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부분은 저자와 내가 일치했던 부분이네요. 도록은 거의 매번 구입하는 편인데, 전시를 이해하기 힘든 전시는 소도록을 구입했는데, 지나고 나면 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사면 이해도 못 해서 아까울 것 같았는데... 아쉽다니.. 

이런 면에서는 전시를 감상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자평하자면 하급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스스로 생각하는 거니까요.. ^^

도록을 구입하지 않아 후회하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는 것은 읽고 있었던 여행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서, '그런 고민은 누구나 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오래동안 읽고 있는 여행기도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책을 읽으면서 핵심 문장 몇 개만 머리에 남아도 성공이라고 하던데, 이 책은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줬고, 책장에 꽂혀있는 도록을 다시 한 번 보게 만들었습니다.


한 권 준비해서 읽으면, 박물관이 다시 새롭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열심히 달리기